소개
심리적 공포의 영화 중에서 조던 필 감독의 "US"는 정말 유명합니다. 2019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전작인 '겟 아웃'처럼 시청자를 인간 정신의 깊숙한 곳으로 안내하며 정체성과 소수의 특권, 사회적 분열이라는 주제를 탐구합니다. "US"의 기괴하고도 뒤틀린 이야기를 탐구하면서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두려움에 맞서보겠습니다.
이야기는 루피타 뇽오(Lupita Nyong'o)가 연기한 애들레이드 윌슨(Adelaide Wilson)이 남편 게이브(Winston Duke)와 두 자녀 조라(Zora), 제이슨(Jason)과 함께 산타 크루즈에 있는 어린 시절 해변가 집으로 휴가를 겸해서 돌아가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어릴 적 지냈던 곳의 여전히 그림 같은 모습에도 불구하고 애들레이드는 번쩍 번쩍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에 괴로워하면서 점점 불안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모처럼 온 휴가이기에 마음을 편하게 하고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평화로운 휴가는 빨간 점프수트를 입은 괴한들에 의해 순식간에 불길하게 변하고 맙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고 소름돕는 사실은 그 괴한들의 얼굴이 가족과 똑같다는 것입니다. 네, 바로 그들은 그 가족들의 도플갱어였던 것입니다. Red로 알려진 Adelaide의 도플갱어가 이끄는 Tethered는 뒤틀린 형태의 복수를 감행하기 위해 윌슨 가족에 대해 폭력과 공포의 악몽 같은 맹공격을 가족들에게 퍼붓는데요, 윌슨 가족은 자신의 도플갱어에 맞서 생존을 위한 싸움에 처절하게 달려들게 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오는 도플갱어란 무엇일지에 대해 잠시 알아보겠습니다.
도플갱어란
독일 설화에서 유래한 용어인 도플갱어(doppelgänger)는 자신과 똑같은 복제물 또는 대응물이라는 신비한 현상을 말합니다. 그것은 단지 닮은꼴이나 쌍둥이가 아니라, 오히려 외관상의 정확한 복제품으로서 만나는 사람에게 혼란, 두려움 또는 불길한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으스스한 개념은 수세기 동안 이야기꾼과 예술가의 상상력을 사로잡았으며 문학, 민속, 대중 문화에서 대부분 공포의 상징으로 등장했습니다.
도플갱어와의 만남은 일반적으로 불행이나 임박한 파멸의 징조와 은연 중에 깊이 연관된 것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있습니다. 일부 문화권에서는 자신의 도플갱어를 보는 것이 죽음의 전조라고 믿는 반면, 다른 문화권에서는 변화가 임박했다는 신호 또는 내면의 혼란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도플갱어를 보면 수 시간, 수일내에 죽고 만나는 속설이 떠돕니다.
도플갱어의 개념은 정체성, 의식, 현실의 본질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과 자기 자신에 대한 실존적인 질문을 불러 일으킵니다. 평행 우주, 대체 자아의 존재, 그리고 불안한 운명의 뒤틀림 속에서 자신의 거울 이미지를 만날 가능성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오싹한 느낌이 절로 드실 것 입니다.
문학과 영화에서 도플갱어는 강력한 상징적인 장치로 자주 사용되며, 주인공에게 불길함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하거나 심리적 탐구를 불러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합니다. 그들은 이중성, 정체성 위기, 그림자 자아라는 주제를 구현하여 캐릭터가 가장 깊은 두려움과 내면의 어두움에 맞서도록 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급박하게 진행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럼 이러한 도플갱어의 상징적 의미가 가득 들어있는 영화 US의 주제는 뭘까요?
주제와 상징
본질적으로 "US"는 한 가족에게 가해진 단순한 테러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숨어 있는 이중성과 그림자에 대해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서 풍부한 상징을 통해 이 영화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며 우리 주변 세상에 존재하는 뚜렷한 사회적 격차와 분열을 반영합니다. 소외되고 잊혀진 사회 구성원을 대표하는 이 도플갱어들은 방치와 무관심의 결과를 극명하게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반면, 밝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Wilson 가족은 이러한 불평등을 계속 영위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싸웁니다.
더욱이 영화 'US'는 자기 자신과 똑닮고 비슷한 과거를 갖고 있는 도플갱어를 통해서 정체성의 개념과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개념을 파헤쳐서 관객들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자신과 타인에 대한에 선입견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합니다. 영화가 끝을 향해 달려갈 수록 무고한 피해를 당하는 것처럼 생각되었던 주인공과 이유없이 피해를 주는 것 같던 괴한 무리들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영화는 우리에게 선과 악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 혹은 자기 자신이 진정한 선인지에 대해서 돌이켜보게 합니다. 그리고 이 돌이켜 봄은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행동이 선이 아님 악이었을 수도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 내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결론은 정말 깨닫기 싫고 깨달을 수록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야만이 그 당시 자신이 선이라고 여기며 상처입혔던 타인을 더욱더 이해하고 앞으로 그런 상처를 타인에게 입히지 않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 US라는 제목은 말 그대로 '우리'라는 의미도 되지만 그 사이에 점을 하나 찍으면 U.S 즉, 미국이 됩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중성과 사회적 계층의 양분화는 찾아볼 수 있으나 다문화 국가 임에도 뚜렷하게 빈부격차가 드러나는 미국의 어두운 면을 함께 꼬집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